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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M NEWS
[일반] [기고] ‘하노버 메세 2026’에서 본 한국 산업의 위기와 기회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26.05.13.
  • 조회수199

휴머노이드, 산업AI, 그리고 '기술 주권'

‘하노버 메세 2026’에서 본 한국 산업의 위기와 기회


한국기계연구원 류석현 원장 외

하노버 메세 2026 출장팀

송동근 본부장/친환경에너지연구본부

박종원 단장/DX전략연구단

오승훈 센터장/기계정책센터

서지현 실장/대외협력실

김희태 책임/기계정책센터


산업 혁신과 제조업의 미래 기술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며...

지난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하노버 산업박람회(Hannover Messe 2026*)’에는 50여 개국에서 약 2,900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올해 행사의 핵심 슬로건은 “산업 속의 AI(AI in Industry)” 이지만,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단순한 기술 전시회를 넘어섰다.

*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기술 박람회로 산업혁신과 제조업의 미래 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임. 제조업의 AX/DX에 초점을 맞춘 제조, 자동화, 에너지, 기술 혁신 분야의 최신 트렌드와 솔루션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음.


조직위원장은 개막 일성으로 “하노버 메세는 더 이상 박람회가 아니라 산업정책을 조율하는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행사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친 휴머노이드, 산업AI, 기술 주권(Sovereign Technology)의 세 가지 키워드는 하노버 메세를 넘어 국가 산업과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와 연결된다.


2025년과 확연히 다르게 모든 곳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있었고, 그리고 중국이 있었다. 하노버 메세에서 바라본 시점을 ‘로봇’ 중심으로 조망하며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기회를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조망: '걷는 로봇'은 넘쳤지만 '작업하는 로봇'은 드물었다.

올해 하노버 메세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지난해까지 영상 속에서 보던 로봇들이 이제는 실제 전시장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일부는 부품 운반과 검사, 조립 보조 등 제한적이나마 실제 공정에 투입되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현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기술적 편향이 눈에 띄었다. 두 다리로 걷고 운동하는 시연은 풍성했지만, 하체의 운동성과 함께 상체의 양팔을 정교하게 조작하는 시연은 의외로 드물었다. 상체 조작성, 양손 도구 활용, 촉각 인식 같은 영역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조차 아직 채우지 못한 기술적 공백으로 남아 있음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 현장이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요구하는 것은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넘어 '일할 수 있는 로봇'이다. 공장의 현실은 복잡하다. 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하고, 양손으로 도구를 사용해야 하며, 다양한 소재를 만지고 판단해야 한다. 결국 승부는 하체 이동(Mobility)을 기본으로 상체 조작성(Manipulation), 양손 협조, 오감 인식, 인간과의 협업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하노버 메세는 오히려 그 기술적 공백을 명확하게 보여준 행사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최근 보행 플랫폼뿐 아니라 상체의 정밀 조작, 양손 협조, 촉각 인식, 데이터 확보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노버 메세에서 확인한 글로벌 기술 지형은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글로벌 기술 흐름 속에서 보면, 이는 후발 추격이 아니라 “빈 영역을 선점하는 전략”에 가깝다. 모두가 “걷는 로봇” 경쟁에 몰입할 때, 대한민국은 “작업하는 로봇”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그것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일 수 있다.

 

(왼쪽) 걷는 휴머노이드 시연을 보는 관람객(사진 출처=Xinhuanet.com, Humanoid robots exhibited at Hannover Messe 2026 in Germany)

(오른쪽) Schaeffler(獨) 휴머노이드 로봇 라이브(사진 출처=WE speak IoT, Hannover Messe 2026: The Internet of Things Is Everywhere and Nowhere)


두 번째 조망: 로봇 소부장 생태계의 자생력이 경쟁력이다

이번 하노버 메세에서 독일 셰플러(Schaeffler)가 휴머노이드 관절용 고집적 액추에이터 플랫폼으로 ‘HERMES Award 2026’을 수상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이제 “플랫폼 경쟁”을 넘어 “부품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시스템에서 액추에이터, 감속기, 토크 센서 같은 핵심 부품은 전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로봇의 경쟁력은 단순히 AI 알고리즘이나 외형 디자인이 아니라, 얼마나 정밀하고 저렴하며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유니트리(Unitree) 같은 중국 휴머노이드 플랫폼 기업들은 유럽의 SDM(Software Defined Machine) 솔루션 기업들과 결합하며 빠르게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 로봇 부품기업들의 대규모 참여였다.


만신정공(Wanshsin)은 대기업 수준의 전시 규모를 갖추고 감속기·모터·컨트롤러를 대거 전시했고, 일부 기업은 이미 수만 개 이상의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공급 실적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생산을 넘어, 중국이 이미 로봇 공급망 전체를 수직 계열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완성품 중심 산업 전략에 익숙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산업은 과거의 성공방정식과는 다르다. 완성 플랫폼과 부품 공급망,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프라가 동시에 성장할 때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기술 주권(Sovereign Technology)이란 국산화의 의미를 넘어 핵심 공급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의미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NEXT 국가전략기술 체계」에서 ‘첨단로봇·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기술로 ‘로봇 부품·플랫폼’을 명시한 것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완성품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로봇 본체와 소부장,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어 육성해야 한다.


특히 산업별·업종별로 특화된 작업성을 갖춘 휴머노이드와 핵심 부품을 함께 실증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로봇 완성품 기업,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는 정부 연구기관, AI 기업, 소부장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

 

(왼쪽) 수직계열화 생태계를 갖춘 유니트리(中)(사진 출처=Xinhuanet.com, Chinese companies maintain strong presence at Hannover Messe 2026 in Germany)

(오른쪽) 만신정공(中), 휴머노이드 부품(사진 출처=WANSHSIN 홈페이지, WANSHSIN Integrates into the World for Win-Win Cooperation)


세 번째 조망: 산업 AI 경쟁의 본질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연결성’이다

이번 하노버 메세를 관통한 또 하나의 흐름은 산업 AI(Industrial AI)였다. 이번 행사가 보여준 산업 AI는 비전 제시 단계를 지나서 실제 현장 적용, 실행 단계로 이동하였다. 현장에서 확인한 핵심은 “AI 모델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파편화된 데이터를 얼마나 연결하고 통합·운영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었다.


폭스바겐은 43개 공장을 단일 팩토리 클라우드로 연결했고, 지멘스·다쏘시스템·엔비디아는 설계–생산–운영 전주기를 연결하는 디지털트윈 기반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애자일 로봇(Agile Robots)의 전략이었다. 이 기업은 고객 생산 데이터, 원격조작 데이터,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혼합 학습하는 구조를 자사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결국 산업 AI의 승부는 “누가 더 뛰어난 알고리즘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정제된 데이터를 더 안전하게, 더 연결된 형태로 확보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변화는 또 있었다. 프라운호퍼를 비롯한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 독일항공우주센터(DLR), 독일율리히연구소(Forschungszentrum Jülich) 등 독일 공공연구기관 부스의 전시 내용이 확연히 다변화됐고,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독일은 데이터 주권을 민간에 미루지 않았다. 산학연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역할을 공공연구기관이 책임지도록 정책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출연연이 데이터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 R&D 사업, 표준화 사업, 데이터 인프라 사업을 묶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NEXT 국가전략기술」 체계가 ‘AI전환 선도’를 첫 번째 핵심 미션으로 내건 지금이야말로, 국내 산업 및 과학기술 생태계가 AI 전환을 실효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출연연이 앞장서서 파편화된 연구 데이터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본격화해야 한다.

 

(왼쪽) Agile Robots(獨)의 휴머노이드 로봇(사진 출처=agile-robots 홈페이지, Presse Release: Hannover Messe Images)

(오른쪽) Fraunhofer IFAM 인간-로봇 협업연구 현장(사진 출처=Fraunhofer IFAM 홈페이지, Hannover Messe 2026 – Automation, digitalization and robotics for the efficient, high-rate and versatile production of the future)


기회의 영역을 찾는 실마리는...

올해 하노버 메세에서 한국과 중국의 참가 규모 차이는 약 10배에 달했다. 조직위원회가 직접 한국의 참여 축소를 우려할 정도로 중국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현재 개발, 검증,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산업화의 초기 단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주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의 영역이 많이 남아 있고,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큰 기회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능형 기계문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갈 때 기술적인 빈영역을 먼저 차지하여 격차를 만들어 낼 수 없을까? ‘걷는 로봇’ 경쟁을 하루빨리 뛰어넘고 ‘작업하는 로봇’을 저렴하게 먼저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출연연이 연구 성과와 데이터의 연결자로 산학연과 함께 기술 주권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없을까?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계산업과 로봇산업의 다음 10년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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